누군가에게 ‘인재 채용하는 철학을 좀 말해봐라’ 라는 요청을 받아서 써봅니다.
인재 채용이라… 전 오히려 신입을 분위기 쇄신을 위해 뽑거나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팀에 오래 된 사람이 많아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그 원인을 찾아서 그렇지 않게 되도록 해야지, 임시 방편으로 반짝 신입 효과를 내 봤자 1년도 안되어서 그 신입도 같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거든요. -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ml:namespace prefix = o /-ml:namespace prefix = o /-ml:namespace prefix = o /-ml:namespace prefix = o /
오래 된 사람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지금 현재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즉 발전하거나 도전할 이유가 없거나, 발전하거나 도전할 길이 막혀 있을 때 사람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됩니다.
내부적인 프로젝트 팀끼리의 정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망할 것 같지도 않고,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쥐어짜야 할 이유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경우에, 회사가 익숙해지면 말 그대로 그냥 ‘보통 수준의’ 일만 하면 되는 B급 인재로 살아가게 됩니다.
물론 B급 인재가 필요하긴 합니다. 모두 A 급 인재가 될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주의할 것은 B급 인재가 장악하는 팀의 분위기입니다. 팀 자체가 B급의 분위기로 흘러가게 된다면 거기에는 A급 인재가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A급이 주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팀장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되며, 그러기 위해서 팀장 자체가 A급 인재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급 인재도 물론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게임을 20년간 만들면서, 그 B급 인재들이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보면 매우 유감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약 10여전 전에 A급으로 치부되던 아티스트가 있었습니다. 그 아티스트는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했지요. 그리고 다른 회사에서 계속 같은 수준의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망했습니다. 졸지에 그 사람은 회사를 옮겨야 할 상황에 처했지요. 그리고 10년 전의 AD인 저한테 연락이 왔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봤지요. 10여년 전의 실력 그대로더군요. 이미 시장은 아주 빠르게 바뀌어서, 10여년 전의 생각과 실력을 가진 사람은 지금 신입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당연히 그 사람을 받을 수 없었지요. 지금은 나이도 많은 그 사람은 , 아주 안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위태위태하게 일하더군요.
비록 이건 그 사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10여년 전의 팀장인 저에게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혹시나 제가 그 사람을 현실에 안주해도 되도록 교육시켰던 아니었을까요?
저는 당장의 팀의 분위기와 프로젝트를 위해서가 아닌, 그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A급 인재들이 주도하는 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B급의 사람들도 일할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이 계속 A급을 보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오래 된 사람들이 매너리즘의 대명사가 아닌, A급의 대명사로 불리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A급의 팀원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실력이 좋은 사람을 뜻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보니 그런 사람들은 A급의 사람들이 아니더군요. 위에 설명했듯, 10년 후에도 A급이 될 수 있는 사람, 지금은 아직 원석이라고 하더라도 ,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제가 보는 A급의 인원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현재의 실력이 충분히 좋은가?
신입에게 최고를 바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자기 분야의 일을 충실히 이끌어 나갈 수 있을 만한 실력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지요. 그리고 여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합니다.
- 지식의 공유정신이 강한가?
가끔 회사를 자신의 실력과 연봉을 높이기 위한 디딤돌 정도로 인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평가에 민감하고, 자신의 결과물을 공유하기 싫어하며, 모든 데이터를 자신 혼자서 독차지하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얼핏 보면 1번을 매우 강하게 충족해서 실력이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만, 오히려 이런 사람이야말로 빨리 내보내야 할 직원입니다.
사실 지식은 공유되면서 발전합니다. 자신 혼자의 지식은 어차피 단체의 지식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지식을 공유해 보면, 자신이 얼마나 제대로 모르고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제가 NDC나 KGC 발표를 독려하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지식의 보안이요? 어차피 1-2년만 지나면 구식이 되어버릴 알량한 지식들입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보면 아주 미미한 지식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A급의 직원이 좋아하는 분위기가 됩니다.
또한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우리 회사 내에서 안주하지 않고 전세계적인 추세는 어떤가, 앞으로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도 충분합니다. 자신이 kgc에 발표하러 나가서, 전 세계 추세에 맞지도 않는 헛소리를 하면 어마어마하게 창피하겠지요. 늘 깨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 10년 후의 미래 계획이 있는가?
전형적인 B급 인재들은 ‘10년 후에도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로 똑같은 일을 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10년 전에 하던 일과 지금 하던 일을 같은 수준에서 하려면 얼마나 공부를 하고 따라잡아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B급 인재들은 ‘지금과 똑같은 수준으로 일하면서 10년 후에도 일하게 해줄 ’ 회사를 찾는 것입니다. 10년 후의 계획이 블리자드인 사람은 적어도 영어를 꾸준히 공부할 것이고, 10년 후의 계획이 대학교수인 사람은 밤새 논문 준비를 할 것입니다. 10년 후의 계획이 개발 이사인 사람은 어떻게든 개발이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입니다. 10년 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면서 늘 움직이는 사람이 A급 인재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여유 시간에 할 일 없이 뒹굴거리는 것을 증오합니다. 만약 이런 사람이 회사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고참인 팀이 있다면 어떨까요? 매너리즘에 빠진 팀에 신입이 들어오게 된다면 그 신입은 포기해서 적응하거나 실망하게 될 것이지만,
이런 활기찬 팀에 A급의 신입이 들어오게 된다면 신입은 하루하루가 존경스러운 사람들 속에 둘러쌓여서 일하는 행복한 기분이 될 것입니다.
활기찬 A급이 요직에 있지 않고 매너리즘에 빠진 집단을 우리는 ‘공무원’ 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이 말이 공무원 분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공무원분들 중에서도 미래와 나라를 생각하시면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도 많지요)
저는 적어도 10년 후에 저보다 잘되었거나,
10년 후에도 저랑 같이 일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을 뽑고 싶습니다.
저도 10년 후에는 완전 다른 수준의 사람이 되어 있을 거구요. (누가 40대에 개발자 생명 끝난댔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제가 다 자랑스럽고 기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