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Ndoors 개발1본부의 테크니컬 아트 디렉터(Technical Art Director) 정종필이라고 합니다.
Q:어떻게 게임업계에 들어오게 되었나요?
이제 대충 20년이 되었네요. 처음에는 그냥 친구들과 함께 만화를 즐겨 그리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친구들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그래픽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HQteam 이라는 팀을 만들어 게임에 들어갈 그래픽 데이터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직업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게임 개발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이나 교육기관 같은 것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그냥 독학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배경, 이펙트 UI 등 게임의 모든 부분을 작업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충무공전, 임진록, 천년의 신화, 거상, 군주온라인, 아틀란티카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약 15년간 그래픽 파트에서 일해오다가 2~3년 전 TA라는 직군으로 전직하게 되었습니다.
Q:TA란 어떤 일을 하고, 게임 개발에 어떤 식으로 참여하나요?
TA는 모델러나 애니메이터처럼 특정하게 고정된 업무가 지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래픽 직군을 AD와는 다른 측면에서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일에 접근 가능합니다. 또한 이것은 회사마다, 프로젝트 팀의 성격에 따라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아직까지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로 담당하는 업무가 게임 전체의 셰이더(shader) 제작과 관리, 유지보수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게임 그래픽의 옵션 결정과 관리, 주로 GPU에 한정되는 게임 퍼포먼스 체크 및 관리, 그래픽 리소스들의 효율성 체크등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 내의 기술공유와 이슈 사항 교육들도 TA들의 필수적인 업무 중 하나입니다.
저와 같이 일하고 있는 또 한 명의 TA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기술에 특화되어 있으며, 물리 엔진의 실무적 사용과 효율적인 스키닝을 위한 기술연구, 각종 맥스 스크립트 제작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Q:TA가 가지는 보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TA라는 직종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이전에는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범위는 게임 엔진으로 넘기는, 완성된 리소스 까지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전의 2D 게임에서는 더 이상 접근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포토샵에서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 게임에서도 리소스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3D 게임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3D max 라는 저작툴과 게임 안에서의 그래픽 모습이 동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임 엔진에서 표현되는 3D는 초반에는 단순한 텍스쳐와 모델링의 출력이었지만 각종 기술들, 특히 셰이딩(shading) 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변하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래픽 아티스트가 만든 리소스 데이터가 게임에서 얼마나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나오는지에 대한 결정은 철저하게 최고 프로그래밍 결정자의 몫이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만드는 것이 그래픽을 자랑하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유저들의 PC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타협은 매우 중요하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십수년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이런 한정된 자원 안에서 그래픽 아티스트의 감각과 프로그래머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TA라는 직종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만족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를 표현하면서도 프로그래밍적 부하를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찾아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적어도 게임 퍼포먼스의 저하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 이유없이 그래픽 데이터 퀄리티부터 우선적으로 줄여 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그래픽과 프로그래머의 중간에서 일하면서, 양쪽이 만족하는 이런 선택지를 찾아 내었을때의 감동은 무척 짜릿한 일입니다. 게임의 그래픽이 안정적인 프레임을 유지하면서도 풍부한 어셋(Asset)과 색감을 유지하게 되었을 때,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만족할만하고, 유저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거의 동일한 품질의 이미지를 출력하면서도 메모리 혹은 GPU점유율을 크게 떨어뜨렸을 때
또한 TA라는 업무가 가장 보람있을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기술적 이론의 전파와 교육도 TA의 업무 중 하나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체크하면서, DPcall을 고려하면서 제작한 흔적이 보일 때,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최상의 압축이 매우 훌륭하게 되어 있는 데이터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는 모습을 볼 때에도 매우 기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람있을 때에는,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만족할 때입니다.
프로그래머는 늘 곤란했던 ‘같은 자원을 이용하면서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기술적 방법’을 담당해 주는 TA를 만족해 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더 좋은 품질의 결과물과 자유도 보장, 그래픽 디자이너 입장에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제시해 주는 TA를 만족해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Q:TA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어떤 게 있나요? 그리고 TA로서 자기개발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본래는 TA라는 직종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프로그래밍을 공부하였습니다. 시작은 맥스에서 제작된 캐릭터 이미지가 게임에 넣었을때 맥스에서보다 훨씬 못 생겨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고 시작한 것이 셰이더(shader)였지요.
그리고 셰이더를 다루기 위해서 처음에는 무작정 독학을 하다가 나중에 야간 대학원에서 C와 DirectX를 한 학기씩 공부하였습니다. 이때 강의해주셨던 S대학원 홍교수님께는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프로그래밍 강의보다도 쉽고 유익했으니까요. 이 때 배웠던 지식이 사실은 기술적 지식의 전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할 때, 업계의 초창기부터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도트 캐릭터 부터 시작해서, 배경 타일, 각종 이펙트와 UI , 동영상과 패키지 디자인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그래픽 작업을 혼자서 처리하거나 관여하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입장과 전체 작업 플로우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그래픽 팀장일을 했던 것도, 그래픽 아티스트들의 심리와 욕구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동시에 처음부터 작은 팀으로 시작했던 관계로 프로그래머들과도 밀접한 위치에서 오랜 기간 동안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현재도 프로그래밍 공부와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으며, 시간이 나는대로 그래픽 공부도 다시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솔직히 거기까지 몸이 따르지 않고 있네요. 또한 최근에는 국내외의 유명 프로그래머 분들과 친분이 생겨서, 그 분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네요.
Q: 이런 걸 준비했더라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무엇인가요? 또는 지금까지 개발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게임업계 들어오면서부터 늘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째서 게임업계에서 학교공부가 이렇게 많이 필요하다는걸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늘 듭니다 (웃음) 만약 제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수학의 정석에 있는 그 필요없어 보이는 공식들이 얼마나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인지, 나중에 보게 될 문서가 알아듣지도 못할 수학공식과 영어로 씌여진 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수학과 영어실력이 좀 더 높았다면 훨씬 더 빠르고 좋을 결과물을 낼 수 있었을 것이었을 겁니다.
아참. 현재도 몸이 따르지 않지만 테크니컬 애니메이터(Technical Animator) 라고도 불리우는 TA의 영역도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는 그 쪽 담당의 TA와 분업해서 일하고 있으니 한동안은 괜찮겠지만요.
Q: 최근 직무 분야의 트렌드와 이슈를 꼽는다면?
현재 들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여전히 해외에서도 TA들은 부족한 것으로 보이며, TA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이 좀 더 높아지는 추세로 보입니다. 또한 TA들이 접근하는 영역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TA라는 직종이 외국보다 더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더욱 더 수요에 비해 TA의 공급이 턱없이 낮은 상황이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상용화된 게임 엔진을 사용하여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게임 엔진을 제작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분업이 더욱 더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도 TA의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그 분야도 훨씬 더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Q:이 직무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얘기를 당부하고 싶으신가요?
TA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생겨서 사실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사실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심심치 않게 상담을 해주는 경우도 생기곤 하는데요. 주로 프로그래밍 혹은 기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많은, 얼리아답터 성향의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지원자들은 사실 상당 수준의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간혹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지원자들을 모두 TA로 선발하기 곤란한 이유가 있습니다.
TA란 그저 프로그램을 조금 잘하는 그래픽 아티스트의 의미가 아닙니다. TA는 궁극적으로 ‘최대한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게임이 완성되도록 ’ 지원하는 것을 제일의 목적으로 하며, 그러기 위해서 특히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며 프로그래머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제안해 주는’ 일을 주 업무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지식욕을 충족하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원자는 TA와 맞지 않습니다.
TA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동료 개발자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즐기며, 그들이 그 기술들을 불편하지 않게 잘 사용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여야 합니다. 즉 골방에서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도 TA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모습은 우리가 공부하고 알아낸 지식들을 가능한한 효율적으로 개발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참여시키는 영업사원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TA가 되고 싶으시다면, 기술적인 연구보다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TA는 혼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일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