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그래픽에 대해 생각해 보자.

Game Dev Story

정말 좋은 그래픽이란 무엇일까?

글 쓰신 주인장분에게 특별히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디스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지만 (…)
비록 박쥐인생을 살고 있어도 그래픽에 뿌리를 둔 입장이라, 예전부터 많이 생각해 왔었던 부분이기도 하지요.
또한 많은 게임 지망생들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회자되곤 하는 내용이곤 하고 말이지요.

보통, 게임에는 그래픽이 매우 중요하다! 라고 하는 파와 게임성과 그래픽은 상관없다!! 그래픽은 장식일 뿐이야! 높은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 어이 … 뭔가…전혀 상관없는 말이 들어갔잖아)
라는 이분법적인 의견으로 갈리면서 갑론을박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그 전에
‘좋은 그래픽’ 이란 정의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런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배경에는 좋은 그래픽의 정의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픽은 게임과 별 상관없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주로 드는 예로는 ‘낮은 그래픽의 게임도 충분히 재미있다’ 라는 것인데요.
여기서 낮다라고 하는 기준은 주로 기술적인 기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즉 도트 그래픽은 나쁜 그래픽, 3D 기술을 사용한 그래픽은 좋은 그래픽이라고 하는 분류기준이지요. 그렇다면 입체영상이야말로 궁극의 그래픽?

그렇지만 그래픽과 게임이 상관있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주장하는 부분은 (주장하는 분들도 못느끼고 계신 경우가 많지만 ) 그래픽이란 게임환경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자’ 라는 것입니다. 뭐 저야 당연히 이 분류에 속하지요. 예를 들어, 옛날에 즐겁게 했던 너구리 말입니다. 예 그 너구리. 뾰로뾰로뾰로 꼬리를 흔들면서 가시를 점프하고 항아리를 먹는…
굉장히 간단했지만 매우 재미있었던 게임이지요.

만일 이 게임이 다이렉트 11의 테셀레이트 기법과 각종 SSS 기법을 동원하고, 너구리의 털을 리얼하게 Fur로 제작했다면 게임이 더 재미있었을까요? (아아 상상만 해도 무섭군요. 그럼 가시에 찔리면 데드스페이스처럼 내장이 튀어나와야 하는 것인가…)
아닐겁니다. :) 사실 그래서 ‘거봐! 그래픽과 게임성은 상관없잖아! ’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생긴 것인데, 사실 이 논란은 초점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정말 좋은 그래픽은 게임성에 어울리는 그래픽이지, 최신 기술을 도입한 그래픽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너구리과 같은 2차원적인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라면, 굳이 풀 3D로 만들 이유는 당연히 없지만 ‘기술을 위한 비주얼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주얼을 위한 기술을 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같은 시대면 좀비vs플랜츠 같은 그래픽으로 너구리를 만들겠지요?
여기서 다시 질문하면, 좀비vs플랜츠 가 과연 “나쁜” 그래픽입니까??? (추가로 얘기하면, 괴혼이 ‘나쁜’ 그래픽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좀비vs플랜츠는 정말 ‘좋은’ 그래픽입니다. 좋은 그래픽이란 게임에서 요구하는 분위기와 어울리며 (심의와도 어울려야 하고…)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적당히 자극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할때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그래픽이어야 합니다. 결코 디퍼드 렌더러를 이용해 멀티 라이트를 이용하고 이방성 필터링으로 텍스쳐를 처리하는게 아니라 말이지요.
TV가 나오고 입체영상이 나오는 이 세상에도 여전히 라디오는 인기있고 재미있으며, 디지털 입체영상이 예술로 인정받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먹으로 그리는 동양화도 아름다운 예술인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의 분류는 할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 같은 경우 말입니다. 분명 게임성도 좋으며 사실 그 레고같은 그래픽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는 ‘좋은’ 그래픽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하시는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이 그래픽에 당황스러웠다’ 라고 하시더군요. 무슨 얘기냐면,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기대치에 맞지 않을때 사람들이 당황하며 진입장벽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기대는 , 아무런 정보없이 게임에 진입했을때 FPS와 같은 화면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카스같은 FPS를 떠올리게 되지요. 그리고 생각합니다. ‘어? 이거 그래픽이 왜 이래?’

네에. 이것이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그래픽’ 의 예입니다. 분명 이것은 진입장벽이 되고, 사람들이 초기에 많이 떨어져 나가게 하는 요소가 되지요. 물론 적응하면 ‘새로운 기준’ 이 생겨 버리기 때문에 폐인처럼 마인크래프트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니까, 그 이후엔 상관없지요. 하지만 초기 진입에는 사람들의 ‘기대’ 라는 것에 얼마나 부응할 것인지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만약 ‘테라’ 처럼 몇백억을 들여서 MMORPG게임을 만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그래픽은 ‘뮤’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게임은 정말로 재미있게 만들어서, 몇백억을 오직 ‘재미’ 에만 투자했다면 말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분명 처음의 유저몰이에는 실패합니다. 사람들이 처음 MMO에 기대하고 오는 이유는 ‘새롭고 신기한 세계’ 에 대한 갈망도 그 이유니까요. 그럼 실패할까요? 아닙니다. 그 때부터 그래픽이 게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게임의 세계와 얼마나 어울리게 만들어 놓았느냐’ 니까요. 이제부터는 진짜 게임성이 되고, 그 게임성에 그래픽이 한 부분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더이상 얼굴마담이 아닌 게임의 한 ‘일부’ 로 말이죠. 이제부터가 길지만 진짜인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다들 아실 겁니다. 와우의 그래픽을 처음 보고 다소 실망했다가, 실제로 세계를 탐험해 보니 “폴리곤도 적고 텍스쳐도깨지고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아름다워!! 편안해!! " 라는걸 말이지요.

게임 그래픽은 게임성에 어울리게 존재해야 합니다. ‘좋은 코딩’ 이란 것이 ‘긴 코딩’ 의 의미가 아니듯, ‘좋은 그래픽’ 이 ‘기술적으로 높은’ 그래픽 이란 뜻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이 게임을 ‘좋은 그래픽’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답고 귀여운 그래픽의 한 장르인 ‘도트’ 그래픽을 훌륭하게 그려냈으며, 불타올라 다다다다 손을 저으며 일하는 것도 웃음짓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은 화면에 전체의 사무실을 이렇게 보기 편하며 아름답게 표현하는 방법은 이 방법 이상의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저도 다시 도트가 찍어보고 싶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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