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먹는 게임개발자.
처음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던 때는 약 15년전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에는 ‘설마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리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어느 새 게임업계가 영화를 넘어서는 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군요.
일단 저는 솔직히 말해 이걸로 먹고 산다는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만…
뭐, 월급이 통장에 안들어온다면 그땐 아마도 뼈저리게 실감겠지만 말이지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바글댔던 개발실에
30대가 넘는 개발자들이 득시글대고 있더군요.
회사 팀원 9명중 3명이 유부남이고, 2명이 내년에 장가를 갑니다.
하긴, 그 때 게임 만든거 배운답시고 개발실에 오가던 고등학생이,
지금은 모게임 회사의 개발이사로 앉아 있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발자는 30대가 넘으면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한다’ 라는 말이 옛날에는 돌더니 어느새 사라지고,
개발실에서는 30대 중반의 개발자들도 슬슬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10여 년 전에는 대학생 개발자들을 뽑아서 기껏 교육시켜 놓으면
군대간다고 빠지고, 복학한다고 빠지곤 했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결혼한다고 휴가가고, 출산휴가때문에 공백기간이 생기고…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보군요.
어쨌거나 게임업계도 이제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이제 ‘외국에는..’ 이라며 부러워했던, 50이 넘은 흰 머리 개발자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행복한 일이지요. 나이먹어서도 즐거운 게임개발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보니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그에 반하는 나쁜 일들도 역시 보여지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게임 업계는 날로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개발자들은 거대 회사로의 집중이 눈에 띄게 보이고 있고,
유저들의 눈은 높아지고 게임 엔진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며,
개발자들도 그 발전 속도에 따라 엄청난 발전을 하다 보니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정작 게임업계에 신입들을 채용하는 회사를 찾기가 함들어졌습니다.
대기업 (게임 회사를 대기업이라고 부르기는 아직 이르지만) 에서는 많은 자금을 동원하여 높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
실력자들을 일명 ‘싹쓸이’ 하고 있고,
그 반대로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신생 회사들은
부족한 기술을 최대한 따라잡기 위해 경력자들을 스카웃 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육기관들의 수준은 그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으니
우수한 몇몇 교육 기관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취업생을 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악순환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렇게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개발자들은 취업을 못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불안한 회사에 취업하게 되어
결국에는 게임 제작의 미래를 찾지 못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향해 버리는 사태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게임 업계는 힘들고 고생한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것도 두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경력자들의 몸값만 점점 높아져만 가겠지요.
우리 회사도 이번에 신입을 몇 명 뽑았습니다. 예전보다 지원자 수는 많아졌지만
‘뽑을 수 있는’ 지원자는 예전보다 비율이 확실하게 적어졌습니다.
한국 게임계가 발전하기 위해서 시장이 커지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만,
이제는 후진 양성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 기관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업 개발자들 몇몇은 이미 몇몇 교육 기관에서 이런 활동을 벌이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미약한 수준이고,
점점 더 게임 업계에서 열정에 넘치는 신입사원들을 보기 힘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드는군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게임 역사도 그다지 깊지 않고, 제작 능력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게임 업계에,
신선한 고급 인력들이 마음놓고 활개치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