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샵 다녀왔습니다.

댕겨왔습니다.
워크샵의 목적이란 뭘까요. 글쎄요. 적어도 월급받으며 그렇지 않아도 바쁜 시간을 쪼개며 가는 것이니,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원칙적으로)매몰찬 회사의 입장에서는

“심신을 고양하고 리프레쉬하며, 건전한 토론의 장을 유도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고자 "
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을까요. 제가 고지식하다고요? 네 고지식하고 보수적입니다.
적어도 회사에 있을 동안에는 성실해야 할 거 아닙니까.
불만이 있으면 있다고 말하고, 좋다면 좋다고 말합니다. 꽁하고 있는건 성실이 아니니까요.

뭐, 적어도 흥청망청 놀아서 망가지자… 정도는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원들에게는 즐거우면서도 교육적인 - 뭔가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자는 것이겠지요.
이런 취지의 교육을 개인 놀이터로 쓸 생각없는 인물은 물론 존재해서는 안되겠지요.

말이 좀 샜는데. 여하튼 이번에 열심히 준비했단 말입니다.
워크샵이 뭐 아무리 긍정적.. 이라고 해도 . 딱딱한 세미나나 교육만 해서야 추억이 될 리도, 흥이 날 리가 없지요.

가뜩이나 사무실에 박혀 움직이지도 않는 사람들, 신선한 공기 맡으며 움직이게, 엑티브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물론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뭔가 했다’ 라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말이죠.

교육 측면에서도 기획팀은 리허설 및 예상 질의까지 공부하면서 열심히 준비했고,
담당 팀장은 누구보다도 빠릿빠릿하고 성실하게 움직여서 순조로왔습니다만…
날씨도 기가막히고, 산악 오토바이 (ATV) 와 서바이벌이 착착 준비되어 있었으며
아침에 좀 빨리 움직여서 저녁에 먹을 각종 술과 안주거리, 물과 과일 등등도 다 조달해 놨고, 
숙소도 경치도 모두 팀원들이 만족해 하는 눈치였습니다만.

ATV (올 테리안 바이크인가 비히클인가) 시간에 사고 발생.

프로그래머 한 명이 장비 조작 실수라기보다는 업체측 담당자 과실로 브레이크가 작동을 안하는 사태가 발생해서,
팔 뼈 Fx. (부러짐) . 약 한 달 이상 입원치료해야 하고, 팔 뼈에는 철심박는 수술도 필요 OTL.

재수가 없었다고 위안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총 책임자로서 어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책임을 통감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업체측에서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하고, 회사측에서도 최선을 다해 치료를 돕겠다고 했습니다만.

당장 저는 일정 때려 치고 100키로를 달려 인천에 있는 병원에 입원까지 시키고 회사 실장 불러다가 일 처리 시키고,  그 친구 어머님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에 오니 새벽 2시.
다리는 후들거리고, 몸은 천근만근에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집에 터덜터덜 겨우 와서 그대로 쓰러져서 다음 날까지 직행.
 
나의 워크샵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OTL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믿음직한 각 담당자들에게 일을 맡겨 놓았기 때문에 우왕좌왕 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나머지 팀원들은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낼(…현 시간대로 확인은 안됩니다만 그렇게 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뭐, 푸념이지만 이래서 책임자는 싫어요. 나 하나 챙기기도 부족한 놈인데, 몇 십 명이나 되는 사람 책임지다가 사고나 터지고, 또 사고 무서워서 빌빌대며 경주 관람이나 하는 그런 건 죽어도 하기 싫고.
마치 감각적으로 디자인 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와, 안전빵으로 빠르게 제작하고 싶은 제작자와의 갈등같은 딜레마.

회사 차원에서 징계같은건 당근 있을 리가 없고. (있으면 당장 그만두죠 뭐)
주의 겸 위로 겸 받겠지만, 어쨌거나 의욕은 저하.

까짓 뭐 나 하나 희생해서 팀원들이 즐거워진다면 사실 모두 오케이인데.(일은 팀원들이 하는 거니까)
자기 실속만 챙기는 재섭는 인간들이 득시글대는 사회에서 이렇게 무르게 살아도 괜찮은 것일까.. 라고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하튼. 개인적으로는 사상 최대로 우울한 워크샵이었습니다.
아마, 한동안은 내가 팀장일 때 워크샵은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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